Friday, June 29, 2012

leica minizoom






















이 사진은 작년 사진 수업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산 삼각대를 들고 
신나서 방방뛰던 때에 서울숲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. 아빠가 쓰던 야시카 GSN은
고장났기 때문에 내 용돈의 절반을 주고 산 라이카 자동 카메라를 카메라보다도
비싼 삼각대에 꽂아놓고 돌아다녔다. 한 겨울이었는데도 인터넷으로 
어느 곳이 예쁜지 찾아보고 버스타고 돌아다녔던 것이 참 재미있었다. 


라이카미니줌을 산 이유는 정말 라이카라는 이유하나였다. 아무것도 모르면서 
라이카에 대한 허무맹랑한 동경심 같은 것이 있었다. 그래서 가진 내가 산 '내'카메라였다.
그리고 수동과 달리 찍기만 하면 되니 자동카메라는 매우 쉬운 것이었다. 
사슴이 내 앞에서 날 보기만을 기다리면서 찍으면 되었다. 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
철장 안으로 카메라를 집어 넣어 찍기도 했다. 물론 내가 1000원을 넣고
자판기에서 뽑은 먹이로 사슴을 유혹해서 온 거 였지만 작은 뷰파인더로
한 쪽 눈으로만 본 사슴은 정말 예뻤다.






















사진 교수님은 이 사진을 보고 오랜만에 본 불쌍해보이지 않는 철장 속의
동물이라고 하셨다. 하지만 나는 내가 이 사진을 찍으려고 먹이를 몽땅 
바닥에 던졌다는 것과 먹이달라고 나를 뚫어져라 보는 사슴을 봤기 때문에
그 말엔 동의할 수 없었다. 하지만 감사하다고는 했었다. 
그 분은 나에게 사진을 공부해보라고 한 유일한 어른이었다. 






















안 좋은 일들만 남기고 떠난 그 교수님께 차라리 고맙단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. 
3학기는 많은 생각을 남겨준 학기였다. 내가 이 사진수업을 들을려고 참았나 싶기도 했고 
처음으로 디자인이 재밌기도 한, 교수님의 한마디에 희비가 갈리는 그런 학기였다. 
만약 사진수업이 너무 좋았고 더 해보고 싶고 했으면 그만두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 
겨울방학에 잠깐 했었다. 그렇게 시작한 2학년 1학기는 정말 재미있었다. 
1학기 때의 목표는 과제물에 사진을 절대 사용하지 말자였다. 그 목표도 잘 지켰다. 
모든 과목이 재미있었다.  디자인은 무엇이고 순수미술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나에게 
디자인은 이런 것이구나라는 느끼게 해준 한 학기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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