Friday, November 2, 2012

사진학원

그렇게 원했던 사진학원이었다.
고등학교 때부터 쭉 원했던 사진학원은 내가 휴학을 하고 나서야 내가 일주일 내내
번 돈으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. 할 일이 많은 날이면 힘들기도 했지만 사진학원은
참 재미있는 곳이었다. 21살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학원 사람들이 해도,
앉아서 듣기만 해도 좋은 곳이었다.
고기를 안 먹어서 그냥 나오는 된장찌개에 밥만 먹어도 좋았다.
출사라서. 그게 그냥 좋았던 것 같다. 눈치보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.

근데 오늘부로 그만뒀다. 다닌지는 딱 두달.
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으나 내가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했다. 그래서 그만뒀다.
내가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됬다. 버는 족족 나갔고 용돈까지 다 써야
한 달을 다닐 수 있었다. 돈을 버느라 사진을 못 찍었다.
모든 건 내 책임이다. 이제 엄마, 아빠를 설득시키는 것도 지쳤다. 바보처럼 눈빛으로
알아줬으면 하는 그 마음도 더이상 바라지 않게 되었다.

내일은 방을 치우고 월급이 들어오면 강아지를 입양할꺼고 암실을 베란다에
만들어서 사진집만들기를 시작해야겠다.
나는 현실을 잘 안다.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다. 그래도 사진은 꽤 오래 내가
포기하지 않고 매달린 것이었다. 그래서 아까 괜한 눈물이 났나 보다.
이제 사진을 독학해야 한다.

스트라이프 프로젝트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. 이제 시작할 것이다.
더 찍어보고 싶은 것이 생긴다면 바꿀지도 모르겠다. 지금은 다 모르겠다.
복잡하다.

시간이 많아졌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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